제 1장 캐러화하는 젊은이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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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소설로 보는 캐릭터의 기원


원래라면 여기서 스쿨 카스트나 캐러의 사례를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필자의 재량으로 창작물 속에서 사례를 찾기로 한다. 과장이 포함된 표현이야말로 캐러의 기능이나 의미를 검증하기 쉽다는 생각에서 내린 선택이다. 단 여기서 거론하는 세 작품은 각각의 저자가 경험해 온 현실 교실 공간의 정치를 생생하게 반영했다고 생각하기에 일종의 다큐멘터리로서의 가치도 충분히 있다고 간주해도 될 것이다. (이하 인용 내용은 이야기의 중요한 부분들을 다루고 있다)

우선 약관 15세의 나이에 문예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여고생 작가 미나미 나츠의 ‘헤이세이 머신건즈「平成マシンガンズ」(카와데쇼보신샤河出書房新社 출판) 이다. 이 책에서는 ’캐러를 빠져나오려는(자신의 캐러가 요구받는 언동의 유형을 일탈하는)‘ 것의 공포가 반복하여 그려진다. 주인공 토모미는 언제부터인가 갑자기 친하게 지내던 그룹의 친구들에게 ’따‘ 당한다(무시당한다). 알리고 싶지 않던 가정사를 추궁 받아 평소 연기하던 ’수수한 아이‘ 캐러와는 다른 반응을 보여 버린 게 원인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카스트가 엄연히 지배하는 교실 공간에선 자기에게 주어진 ’캐러‘를 철저하게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까지의 ’왕따‘ 담론에서는 그다지 다뤄진 적 없는 부분이다. ’헤이세이 머신건즈‘ 의 첫머리 즈음에서 소개하고 있는 ’아이자와 군‘ 의 에피소드는 더욱 비참하다. 

줄곧 ‘동네북 캐러’ 였던 아이자와 군은 다른 학생들에게 비웃음을 당해도 저항하지 못하고 실실 웃고 다니는 남자아이였다. 그러나 그가 지은 하이쿠가 지역 문집에 입선해버리고, 그 사실이 알려지자 반의 분위기는 격변했다. 그렇다, 아이자와 군은 주제넘게도 ‘동네북 캐러’를 뛰어넘어버린 것이다. ‘벌’ 로써 반 전원에게 철저히 무시당한 아이자와 군은 등교 거부까지 하게 된다.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시로이와 겐의 소설 ‘노부타를 프로듀스’ 는, ‘캐러를 어떻게 내세우는가’를 중심 테마로 하고 있다. 주인공 키리타니 슈지는 누구에게든 차갑게 거리를 두며, 스쿨 카스트 최상위 ‘인기인 캐러’를 유지할 수 있도록 밤낮으로 노력을 아끼지 않는 고등학생이다. 키리타니는 언제부터인가 문득 전형적인 ‘왕따당하는 캐러’ 전학생 노부타(코타니 노부타)와 관계를 맺고 그를 인기인으로 끌어올리려 획책한다. 그의 의도는 들어맞았고 노부타는 일약 인기인이 되어 ‘따돌림당하는 캐러’에서 ‘짓궃게 괴롭힘당하며 사랑받는 캐러’로 승격한다. 그러나 얄궃게도 키리타니는 자신의 캐릭터 연출에 실패하여 부지런히 쌓아올린 위치에서 추락하게 된다.

현역 고등학생이 휴대폰으로 쓴 소설이라 화제가 된 코도 시이의 ‘리는 메보다 100배 무섭다’ 역시 ‘캐러’를 둘러산 이야기이다. 제목의 의미는 ‘괴롭힘いじり’은 ‘따돌림いじめ’보다 훨씬 비참하다는 의미로 보면 된다. ‘노부타를 프로듀스’ 와 발상은 정반대지만 그 점에 대해서는 지금은 잠시 제쳐두자.

중학교 시절, 줄곧 ‘괴롭힘 당하는 캐러’ 로서 고생해 온 ‘나’는 평화롭고 즐거운 고등학교 생활을 목표로 자신의 캐러를 짜내려 노력을 거듭한다. 그런 ‘나’의 일상은 수면 아래 끊이지 않는 관심과 전략의 연속이다. 자신과 상대방의 캐러를 인식하여 캐러끼리의 균형도 의식하며, 캐러가 겹치거나 자신의 캐러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 ‘나’의 전략 중 하나는 자신이 ‘괴롭힘 당하는 캐릭터’ 가 되기 전에 다른 목표 대상을 내세워 밀어붙이는 것이었다. 고생한 보람이 있어 적당한 동급생 한 명을 ‘괴롭힘 당하는 캐러’ 로 몰아넣지만 결국 그 전략이 그의 명을 재촉하고 만다.

‘리는 메보다 100배 무섭다’ 가 흥미로운 이유는 고등학생 집단 내부의 캐러 균형이나 생성 양상을 지극히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픽션으로서의 과장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엔 발매 당시 아직 고등학생이던 작가의 생생한 일상 감각이 반영되어 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다. 이상의 사례들로부터 우리는 스쿨 카스트와 캐러 생태계가 지극히 밀접하게 관련된 게 지금의 현실임을 알 수 있다.


캐러는 어떻게 침투했는가


다시 말하지만 소통 격차가 야기한 스쿨 카스트는 ‘캐러의 생태계’ 이기도 하다. 교실이란 폐쇄 공간 안에서 학생들은 여러 가지 캐러를 나누어 연기하길 강요받는다. ‘누군가’ 명령하는 게 아니고, 단지 ‘분위기’ 가 그리 시킬 뿐이다. 오기우에 치키는 학교 공간을 ‘끝없는 캐러 전쟁의 무대’ 로 간주한다. ‘비참한 왕따 아이’ 가 되지 않으려고 ‘재미있는 동네북 캐러’ 로 남기를 선택하면 ‘괴롭히는 캐러’ 보다 약자 위치에 놓인 채 기약 없는 동네북을 연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캐러 전쟁’에서 패배한 자가 ‘어두운 캐러’ ‘기분나쁜 캐러’ 와 같은 ‘동네북 캐러’ 가 되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오기우에 치키, ‘인터넷 따돌림’ 中) 이렇게 생성되어 온 여러 캐러의 공존은 어떤 종의 불문율을 토대로 정확히 행해진다. 예를 들자면 ‘캐러가 겹치는’(하나의 계층집단 내에 비슷한 캐러가 두 명 이상 있는 것) 일도 그렇다. ‘캐러를 비집고 나오는’ 등의 사태는 엄격히 기피된다. 만약 이를 위반해버리면 그것만으로도 새로운 따돌림을 유발할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그야말로 캐러는 생존 경쟁의 법칙과 다름없다.

학교라는 공간은 폐쇄적인 교실 내의 개인에게 캐러로 굴 것을 요구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각 캐러에 대해 독특한 방법으로 계층구조(지배구조)를 부여해간다. 학교 공간에 있는 이상 그 지배구조로부터는 벗어날 수 없어 보인다. 그곳에서 학생들은 ‘강한 캐러’ 와 ‘약한 캐러’로 강제적으로 분류된다. 캐러가 겹치거나 부정적인 캐러를 부여받은 경우 변경이나 교환을 하지 않으면 ’훈훈한 자리‘ 로 가기는 어렵다. 실패하면 ’동네북 캐러‘ 로 전락하고 만다. (’인터넷 따돌림‘ 中)

이러한 캐러화의 압력을 조장하는 것이 휴대폰을 필두로 한 ‘인터넷 문화’ 이다. 오기우에는 ‘초등학생의 약 3할, 중학생의 약 6할, 고등학생의 약 9할이 휴대폰을 소유하고 있다’ 고 제시한다. 그 중 대부분은 휴대폰 메일이나 사이트 열람기능을 이용한다. 거기다가 초등학생의 약 6할, 중고등학생의 약 7할이 컴퓨터로 인터넷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이 매체들은 현실의 인간관계가 덧씌워져 기능하는데 원래부터 친밀한 상대와는 빈번하게 메일을 주고받는 한편 교실 안의 따돌림 관계는 인터넷 상에서도 그대로 구현된다. 보통 인터넷 공간은 불특정 다수의 익명 상대와의 유동적인 관계성을 연상하기 쉽지만 휴대폰은 오히려 현실 인간관계를 반영한다. 이는 현실 소통의 문턱이 낮아지거나 다중화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인터넷이나 휴대폰을 필두로 한 소통 네트워크의 진화와 침투는 거의 혁명적인 변화였다. 그러한 인프라의 발전과 함께 사회 전체가 소통 편중주의로 침잠해 간 건 반쯤 필연적인 흐름이었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당연하게도 이러한 경험이 아이들의 사회에도 큰 영향을 끼친 것이다.

이러한 와중 소통의 양상도 변해갔다. 현대 소통 기술 중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속성은 다음과 같을 터이다. ‘메세지 내용의 짧고 가벼움’ ‘답문의 즉시성’ ‘빈번, 원활한 의사 교환’ ‘웃음요소’ ‘머리글자 조어 등 메타 메시지(상징・은유적 표현)의 사용빈도’ ‘캐러의 명확함’ 등. 그렇다면 과연 캐러와 소통은 어떤 관계에 놓여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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